학회 초록 작성에 AI를 활용하는 방법압축은 AI에게, 사실은 나에게
연제 등록 마감은 오늘 밤. 초록 글자 수 제한은 800자. 쓰고 싶은 내용은 1,500자 분량 — 초록 작성의 괴로움은 언제나 '덜어내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덜어내는 작업이야말로 AI가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다만 초록에는 슬라이드보다 더 위험한 함정이 있습니다. 초록은 심사를 받고, 초록집에 남으며, 당신 연구의 '공식 요약'이 된다는 점입니다. 압축은 AI에게 맡기고, 사실은 내가 지킨다. 그 절차를 적습니다.
게시일: 2026-07-22
초록은 '연구의 얼굴'이며 기록에 남는다
슬라이드는 발표 당일만의 것이지만, 초록은 다릅니다. 심사위원이 채택 여부를 판단하는 재료이고, 채택되면 초록집에 실리며 검색에도 남습니다.
그렇기에 시간 단축과 정확성의 양립이 관건입니다. AI로 빠르게 쓰는 것과 내용에 책임을 지는 것은 양립할 수 있습니다 — 절차만 틀리지 않는다면.
절차 1: 재료를 먼저, 내 언어로 갖춘다
다짜고짜 AI에게 '초록을 써 달라'고 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AI는 빈칸을 메우려다 당신의 데이터에 없는 표현을 섞어 넣을 수 있습니다.
먼저 재료를 개조식으로 갖춥니다. 배경(1~2줄), 목적, 방법(대상·기간·평가 항목), 결과(주요 수치를 그대로), 결론(말하고자 하는 범위). 재료가 사실로 채워져 있으면 AI의 일은 '다듬기'에 한정되어 사고가 일어나기 어려워집니다.
절차 2: 구조화와 압축을 AI에게 맡긴다
재료를 건네주고 '이 내용을 목적·방법·결과·결론의 구조로, 800자 이내의 초록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합니다. 학회가 지정한 항목 구성이 있다면 그것도 알려 줍니다.
글자 수 초과 조정도 '80자만 더 줄여 달라. 결과의 수치는 줄이지 말고'처럼 지시할 수 있습니다. '수치는 줄이지 않는다'를 매번 명시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AI는 글자 수를 줄일 때 가장 먼저 수치와 조건을 뭉뚱그리려 합니다.
절차 3: AI가 '부풀리지' 않았는지 대조한다
완성된 초안은 반드시 원래 재료와 대조합니다. 체크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① 수치가 그대로인가(반올림·단위 변화는 없는가). ② 결론이 강해지지 않았는가('개선 가능성이 시사되었다'→'개선 효과가 입증되었다'는 전형적인 사고입니다). ③ 쓰지 않은 내용이 더해지지 않았는가. AI는 문장을 매끄럽게 만들기 위해 재료에 없는 일반론이나 함의를 보태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록에서의 '부풀리기'는 발표 당일 자신의 목을 조입니다.
절차 4: 공저자·지도자의 확인을 거친다
초록은 제1발표자 혼자의 것이 아닙니다. 공저자 전원이 내용에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AI로 만든 초안이라 하더라도 — 아니, AI로 만들었기에 더더욱 — 제출 전에 공저자와 지도자의 확인을 반드시 거치세요. 결론의 범위와 표현의 강도는 경험 있는 눈으로 봐 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입니다.
학회의 AI 이용 규정과, 입력해도 되는 정보
연제 등록 규정에 생성형 AI 이용에 관한 기재가 없는지 확인하세요. 신고를 요구하는 학회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초록의 재료에 환자의 개별 정보가 포함되는 경우(증례 보고 등), AI에 입력하기 전에 완전히 익명화되었는지, 기관 규정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세요. 나이·성별·경과의 조합만으로 개인이 추정될 수 있습니다. 망설여지면 입력하지 않는다, 가 원칙입니다.
초록의 배경에 쓰는 문헌도, 원문으로
초록의 배경 부분에서 선행 연구를 언급한다면, 그 내용은 AI 요약의 기억이 아니라 원문으로 확인합니다. 800자 중의 한 문장이라도 오인용은 오인용입니다.
Paperfy라면 배경의 근거가 되는 논문의 PDF·AI 요약·그림과 표가 한 페이지에 정리되고, 확인한 내용을 요약에 덧붙여 '초록에 쓴 근거'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내년에 같은 주제로 후속 발표를 낼 때도 이 기록이 힘을 발휘합니다.
초록 제출 전 체크리스트
- 재료(수치·결론의 범위)를 내 언어로 먼저 갖췄다
- AI 초안을 재료와 대조해 수치·결론의 강도·추가된 문장을 확인했다
- 공저자·지도자의 확인을 거쳤다
- 학회의 AI 규정과 입력 정보의 익명성을 확인했다
초록의 근거를, 내년에도 쓸 수 있는 형태로
Paperfy라면 배경에 쓴 문헌의 PDF·AI 요약·확인 메모가 논문별로 남습니다. 후속 발표나 본 논문 집필 때 근거로 바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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